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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도 집 안 26도..

관리자 | 조회 718



[폭염의 경고 에너지 전환이 답이다] ① 노원 에너지제로 주택 가보니

121가구 집 외벽에 태양광 전지판
지열에너지 설비로 냉난방·급탕


[한겨레] 서울의 바깥 기온이 섭씨 32도를 오르내리던 9일 오전, 노원구 하계역 근처에 자리잡은 ‘노원 에너지제로(EZ) 주택’. 동·남·서쪽 벽면이 짙은 푸른빛 태양광 전지판으로 뒤덮인 이 아파트 단지(총 121가구)는 가구마다 발코니 창문에 일제히 블라인드가 내려져 있었다.


“올여름 폭염으로 우리 주택이 고전할 거로 봤는데 뜻밖에도 잘 버텨내고 있다. 입주한 지 7개월가량 되니 이제 입주민들도 한낮에 블라인드를 쳐놓는 등 생활습관이 바뀌었다.”(이응신 명지대 연구교수) 입주민들은 여름 한낮엔 블라인드를 내려 바깥의 불볕을 차단하고 겨울철에는 반대로 올려 햇볕을 들인다. 물론 겨울밤에는 블라인드를 내려 집 안 열기가 바깥으로 새 나가지 않도록 막는다.


이 주택은 아파트 3개동, 연립 1개동, 두 집이 벽을 맞대고 붙어 있는 땅콩주택 2개동, 단독주택 2채로 구성돼 있다. 101동 아파트 외벽에는 ‘지구와 사람에게 이롭고 지속가능한 에너지제로 하우스’라는 글씨 밑에 일일·연간 에너지 생산·소비량 현황판이 붙어 있다. 국토교통부·서울시·노원구가 사업기관으로 참여해 지은 국내 최초의 에너지제로 주택이다. 올 1월을 전후로 입주를 마쳤다. 신혼부부와 고령자가 많이 사는 이 주택은 ‘화석연료 제로’가 과연 실현 가능한지를 실제 거주환경에서 따져보는 ‘실증 단지’다.





아파트 3개동, 연립 1개동, 단독주택 2채로 구성된 서울 노원구 ‘노원에너지제로 주택단지’ 모습. 아파트 옥상과 벽면 곳곳에 짙푸른 색의 태양광 전지판이 설치돼 있다. 노원에너지센터 제공     


이 주택의 설계책임자인 이명주 명지대 교수(건축대학)는 “입주 이후 한파가 몰아친 지난겨울을 포함해 계절을 불문하고 7개월간 121세대 평균 실내온도가 하루 종일 22도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다. 지난 6월9일께 살짝 25도 부근까지 올라간 적도 있지만 대체로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올여름 기록적 폭염으로 바깥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도 전체 세대의 평균 실내온도는 섭씨 26도 수준을 유지했다. 이 교수는 “에어컨 효과는 아니다. 그랬다면 모든 세대가 에어컨을 튼 날과 그렇지 않은 날 실내온도가 들쭉날쭉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사용량을 최소화하는 ‘제로 주택’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얘기다.


‘에너지제로’는 한국전력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뜻도, 전기요금이 들지 않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이 교수는 “제로는 독립적인 에너지 자립이라기보다는 5대 에너지(냉방·난방·급탕·조명·환기)의 균형, 즉 에너지 수요와 자체 생산·공급 사이의 일치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가 지난 7월 한달간 사용한 5대 에너지 소비량은 총 120㎿h(메가와트시)이고, 태양광·지열 등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총 125㎿h(지열 88㎿h)다. 취사·가전 제품 사용 등을 제외한 5대 에너지에서 균형을 맞춰 ‘제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냉난방 등 5대 에너지, 쓴 만큼 생산…7월 전기료 4만원 절감

7개월 평균 실내온도 22도
집안 단열 설비로 열손실 막고
태양광·지열로 냉·난방열 획득
자체 생산량 넘는 전기 소비 땐
한전 배전망에서 충당

화석연료 제로화 가능할까
산업화 50년간 원전·석탄 의존
전력 공급 수도권 이남에 집중
소비는 대도시 편중 효율성 낮아
“수요-공급 맞물리는 분산형 필요”


이 주택은 자연 채광과 환기뿐 아니라 벽·지붕·바닥·천장·유리창·현관문까지 집 안 4면 모두를 단열이 잘되는 고효율 설비로 갖춰 열이 빠져나가는 틈새(열교)를 차단하는 등 열손실을 최소화(패시브)하고 있다. 동시에 태양광·지열로 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액티브)한다. 지붕과 동·남·서쪽 벽면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은 340와트, 290와트짜리를 합쳐 총 1284장(연간 예상발전량 40만7천㎾h)으로, 7월 발전생산량은 3만6791㎾h다. 지열은 냉난방·급탕에 쓰는데, 지하 160m 지점에 지열 천공 48개를 뚫고 지열히트펌프 130개를 설치했다. 여름철에는 지열로 냉방(열 회수형 환기장치) 및 온수(급탕)에 쓸 열에너지를 조달한다. 바깥 태양광뿐 아니라, 실내에 거주하는 사람의 몸이나 전자·취사 기구에서 나오는 열도 겨울에는 난방열로 ‘획득’한다.



이 주택에 사는 전체 세대의 7월 한달 전력사용량은 5만1873㎾h다. 7월 태양광 발전량 중에서 쓰고 남은 잉여분(8833㎾h)은 한전 전력망에 내보냈다. 이런 상계처리를 거쳐 한전 전력 최종 사용량은 4만3040㎾h로 확정됐고, 전 세대 전력요금은 상계처리 이전의 694만원(가구당 5만7300원)에서 482만원(가구당 3만9800원)으로 줄었다. 여기에다 7월에 자체 생산한 태양광 전기로 충당한 가전·취사·에어컨 소비전력(한전 요금표 환산 가구당 약 2만4000원)을 고려하면 4만1500원 정도를 절감한 셈이다.

이 교수는 “여름·겨울철에는 좀더 많이 한전에서 끌어다 쓰고, 봄가을엔 자체 생산한 태양광 전기를 덜 쓰고 한전에 더 많이 돌려보내, 연간 단위로 밸런스(순제로·Net Zero)를 맞추는 게 목표”라며 “폭염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 자체 생산한 태양광으로 우선 충당하고 모자라는 건 한전 배전망에서 가져다 쓴다”고 말했다. 취사·가전·공용주차장 전기는 집을 비운 한낮에 태양광 전지판이 열심히 생산해낸 것으로 충당한다. 이 교수는 “실내온도 섭씨 22~24도가 사람이 살 만한 최적인데, 40도까지 올라가는 여름철과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겨울철을 생각하면 계절 진폭이 약 60도나 된다”며 “여기서는 이 최적온도를 전기에너지를 거의 안 쓰고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주택은 원자력·석탄화력 발전 등 대규모 중앙집중형 에너지 생산·공급 의존구조로부터의 탈피가 시도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태양광·풍력 등 일반시민·농민·기업·지방자치단체·협동조합이 이끄는 지역 분산형 에너지는 에너지제로 주택의 ‘균형’처럼 에너지 수요와 공급이 서로 최대한 맞물리며 일치하는 시스템이다. 폭염·지진 등 기후재난에도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뿐 아니라 복원 능력도 뛰어나다. 우리나라 건축물은 총 720만여채에 이른다. 이명주 교수는 “여기서 에너지제로의 가능성이 데이터들로 확실히 입증되고 있다”며 “전기요금을 깎아주거나 폭염을 국가재난으로 선포하는 것이 근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모든 건축물을 에너지제로로 바꾸면 폭염·한파는 더 이상 재난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에너지효율 건축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는 이 단지 102동을 ‘패시브하우스’로 공식 인증했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인증을 받은 건 국내 공동주택 가운데 최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https://news.v.daum.net/v/20180816072602419?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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